Q.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 단순한 나라사랑 , 애국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데 동의합니다 . 개인적인 열정과 용의주도하게 상대의 협력을 구하는 노력도 중요할 거 같고요 . 물론 금전적인 지출도 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 하지만 석물 문화재 환수 문제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했을 거 같기도 합니다 .
== 그렇습니다 .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국가적으로는 정부간에 협의가 잘 되어도 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힘들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국가가 하는 것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석물 유산도 우리 선조들이 역사적으로 또는 시대 상황적으로 보존을 못한 점이 많았습니다 . 해외에 반출된 석물을 개인이 환수해 온다는 것은 더 더욱 어렵습니다 . 나는 어렵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환수해오는 것이 내가 살면서 우리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
물론 , 석물 문화재 업계의 전문가들과 수집가들이 도와 줘서 그나마 이렇게 라도 환수할 수 있었습니다 . 아직도 해외에 반출된 석물 유산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인이 해외 반출된 석조 유물을 환수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 등이 막대하게 들어갑니다 . 하물며 정부가 나선다 해도 외국의 민간인이 소유한 유물을 환수하기는 어렵습니다 .
그래서 나는 우선 있는 것이라도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유출되지 않게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죠 . 정부에 100 년 이상 된 석조 유물 반출금지법을 제안했습니다 . 석조 유물 100 년은 생각해 보면 짧은 시간입니다 . 예를 들면 , 증조할아버지 묘소에 세운 석물을 손자 세대에서 반출하면 거의 100 년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볼 수 있죠 . 나의 이런 작은 노력이 모아져 현재는 100 년 이상 된 석조 유물은 해외 반출이 금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1998년 동아시아 경기대회에 참가한 레슬링 선수를 격려하는 등, 오랜 동안 대한 레슬링 협회장을 맡아 국가체육발전에
기여했다. ⓒSR타임스
Q. 애국심을 가지고 해외로 반출된 석조 유물 반환을 위해 갖은 고생을 하셨지만 , 국내의 석물 유산을 모으는 길도 녹록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어땠습니까 ?
== 아 , 그렇습니다 .
제가 개인적으로 집사람과 함께 다니면서 수집도 했지만 , 1970 년대말부터 1980 년대에 걸쳐 석조유물 수집초기부터 ‘돌사랑 모임 ’을 만들어 전국의 석조 유물을 찾아 답사와 수집을 했습니다 .
당시 뜻을 같이 해 행동하는 분들이 김홍남 이대박물관장 (전 중앙박물관장 ), 나선화 이대박물관 학예실장 (전 문화재청장 ), 김정옥 문예진흥원장 , 김병종 서울대 미대교수 , 이태호 (現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 전남대 박물관장 , 김의광 목인박물관장 , 장남원 (現 이화여대 박물관장 )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연구관 등의 20 여 분 이었습니다 .
Q. 이 분야에 쟁쟁한 분들이군요 . 같이 답사 다니면서 확인을 하고 , 전문적인 의견을 모을 수는 있지만 , 그렇다고 수집하고 보관 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 그런 문제가 당연히 있었죠 .
우선 , 그 사건을 얘기하기에 앞서 수십년 석조 유물을 수집해 온 나는 처음부터 몇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첫째 , 석조 유물을 수집할 때는 공인된 골동품상과 거래를 한다는 것입니다 . 아시다시피 석조 유물은 도난품이 많습니다 . 물론 도난품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
둘째 , 석조 유물 수집하면서 세운 기준은 골동품상을 통해 정식으로 구입하지만 , 그 품목이 도난품임이 밝혀지면 미련없이 주인에게 돌려줍니다 . 나는 석조 유물을 구입하면서도 이 원칙을 분명히 지켰습니다 .
한참 전입니다 . 내가 레슬링협회장을 할 때 방콕 아시안 게임 격려차 태국에 가 있었습니다 . 갑자기 새벽에 집에서 전화가 와서 경찰이 집안 압수수색을 한다는 겁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까 , 골동품상을 통해 정식으로 구입한 사찰 석조 유물이 도난품으로 신고 되었답니다 . 아마 사찰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 주지와 인계 받는 주지 사이에 발생한 문제인 듯 했습니다 . 인계 받는 주지가 내가 구입한 석조 유물을 도난품으로 신고해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
귀국해서 , 구입한 골동품상을 설득해 , 석조 유물을 돌려 주고 , 그 물건에 상응한 품목으로 보상받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습니다 .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석조 유물은 도난품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이 없이 수집하고 소장하면 불상사가 뒤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조심해야 합니다 .
Q. 사람들이 관심이 많이 없을 때부터 석조 유물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 그 길이 한편으로는 나라사랑으로도 연결된다고 판단되어 수집과 보관을 해 왔습니다 . 오랜 시간 동안 석조 유물을 수집해 오면서 느끼는 ‘돌 ’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
== (한참을 생각하다가 시선을 우측 벽에 붙어 있는 A4 용지를 보다가 ,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
( 거기에는 '꾸밈없는 것 , 사심이 없는 것 , 솔직한 것 , 뽐내지 않는 것 , 민초의 손맛 , 이것이 어여쁘지않고 무엇이 어여쁠까 ' 라고 적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