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우리옛돌박물관 이사장(78·사진)이 처음 석조유물을 사들인 건 40여년 전의 일이다. 지난 1979년 천 이사장은 바이어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인사동을 찾았다. 그런데 마침 상점 주인이 일본인 고객과 우리나라 석조유물을 놓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석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던 시절이지만 우리 유물을 일본인에게 팔려고 하는 것에 화가 나 왜 우리것을 외국인에게 팔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상점 주인 왈 "물건을 파는 사람은 그저 값을 더 쳐주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이치"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주인에게 천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걸 내가 다 사겠소." 이렇게 해서 처음 사들인 석조유물이 총 27점, 당시 돈으로 1억7500만원어치였다. 젊은 혈기에 내가 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가격을 들으니 놀라서 손이 떨렸다. 집 한 채 값도 더 되는 금액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흥정 끝에 1억5000만원에 모든 유물을 다 사들였는데 이때 구입한 석조유물이 천 이사장의 첫 수집품이 됐다.천 이사장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미술품이 석조유물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저 돌을 깎아놓은 것이 석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니 시간과 날씨가 변할 때마다 석물이 표현하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천 이사장은 이후 여기에 매력을 느끼면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여력이 생길 때마다 석물을 사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엔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하는 '위대한 컬렉터'들이 있지만, 석물에 관한 한 천 이사장을 능가할 수집가는 없다.
천 이사장은 "앞으로도 우리옛돌박물관은 해외에 흩어져 있는 석조유물 등 문화재 환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 석조유물의 학술적 연구와 조사를 통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우리 옛 돌조각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신진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볼거리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산과 바람, 그리고 1000개의 돌과 1000개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우리옛돌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천 이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