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균 기자의 박물관은 살아있다 / ① 서울 우리옛돌박물관 ◆
우리옛돌박물관 벅수관에 있는 돌장승. [사진제공 = 우리옛돌박물관]
박물관(博物館). 흔히 쓰는 단어도 풀면 또 달라 보인다. 넓을 박, 만물 물에 집 관. 엮으면 '넓은 만물의 집'. 넓은 만물의 집 박물관은 언뜻 생각하면 죽은 공간인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모아 놓은 것들이라곤 죄다 우리 일상과 무관한 옛것들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유물(遺物)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말이다.
이게 과연 전부일까. 정말로 박물관은 죽은 것들의 집합소이고, 시간마저 박제된 멈춤의 공간일 뿐일까. 그럴 리가. 진실은 정반대다. 죽은 듯한 유물들에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금 살아 숨쉬도록 하는 곳. 옛 유물 하나하나에 스민 당대의 문화적 향기를 오롯이 소생시켜주는 곳. 이것이야말로 넓은 만물의 집이 지닌 주술적 힘이자 숨겨진 비밀이다. 이 땅의 박물관들은 지금도 살아 있고, 그 안에 있는 숱한 유물들 역시 살아 있다.
연재 시리즈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우리 나라 구석구석 살아 숨쉬는 박물관들을 살펴보는 코너다. 첫 회로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에 자리한 '우리옛돌박물관'을 소개한다.
옛말에 '구비전승'이 있다. '구비'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말의 비석처럼 굳건해진다는 용어다. 말이 이러한데, 돌들에 아로새겨진 '옛돌 문화'는 어떨까. 말할 것도 없이 가장 오래 살아 숨쉬는 귀중한 문화 자산이 된다.
옛돌문화는 사람이 만들어 자연과 시간이 완성해낸다. 당대 최고의 조각가인 석수장이는 한 번 만든 석물은 사멸 없이 대대손손 이어짐을 분명히 알았다. 한 세대 한 시대만을 위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성껏 쪼고 깨며 다듬었다.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행. 완성된 석물은 햇살과 비바람과 눈살을 견디며 기나긴 세월 더욱 고색창연해진다. 2015년 개관한 우리옛돌박물관은 여섯 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근현대회화관, 야외전시관이다. 2000년 경기도 용인에 세중옛돌박물관이라는 국내 첫 석조유물 전문박물관이 개관된 데 이어 2015년 서울 성북동 우리옛돌박물관 개관으로까지 이어졌다. 용지면적 5000평에 건물 연면적 1000평 규모. 박물관 내에는 총 1250점의 석조유물, 280여 점의 자수작품, 100여 점의 근현대 회화가 있다.
이 박물관은 국내외로 산포된 한국 석조유물을 대거 모아놓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일본으로부터 환수한 문화재를 전시하는 환수유물관부터 문인석, 장군석, 동자석, 벅수, 석탑, 불상 등 이채로운 돌조각들이 즐비하다. 옛 돌조각은 사찰 장식이나 묘제용 석물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 안에 서린 선인들의 인생 철학과 지혜를 우리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 우리 삶의 보편적 가치, 수복강녕(몸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오래 삶)을 향한 선인들의 바람까지도 말이다.
그리하여 오는 주말, 잠시나마 이곳에 들러 '옛돌문화'의 정수를 호흡해보는 것은 어떠실지.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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