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동자는 도교에서는 신선의 옆에서 시중을 들고, 불교에서는 부처나 보살을 모시며, 유교에서는 무덤 주인의 심부름을 하는 남자아이다.
자그마한 동자석은 16세기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서울과 경기도에서 왕족과 사대부의 묘역에 세워졌다. 각지에 등장한 동자석은 크기는 물론 얼굴과 형태가 모두 달랐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자석 중 상당수의 코가 뭉툭하게 닳거나 잘려나갔다는 점이다. 결혼한 여성이 코를 만지거나 떼어내 갈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믿음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왕과 왕비의 능묘에는 동자석보다 훨씬 큰 석물이 놓였다. 조선왕릉에는 손에 홀(笏)을 쥐고 있는 문석인과 칼을 차고 있는 무석인, 석양, 석호 등이 배치됐다.
선인들이 죽은 자의 명복을 빌고 가족과 지인의 수복강녕을 기원하면서 조각한 석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이 11일 문을 열었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아래 자리한 이 박물관은 2000년 경기도 용인에 국내 최초의 석조유물 전문 박물관인 세중옛돌박물관을 선보인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추가로 모은 석물과 자수, 회화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개관했다.
3층 건물에 5개 전시실이 들어서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의 백미는 1층에 있는 '환수유물관'이다. 천 이사장이 2001년 일본인 수집가인 구사카 마모루(日下守)로부터 돌려받은 유물 70점 중 문인석 47점이 도열해 있다.
문인석은 신라시대에 시작돼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석상으로 능묘 제도와 조각양식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전시관에는 몸에 두르고 있는 관복과 머리에 쓴 관모의 장식, 표정이 확연히 차이 나는 조선시대 전기와 후기의 문석인이 대비를 이루며 서 있다.
박물관 2층에는 동자상을 소재로 한 '동자관', 돌로 만든 장승인 벅수를 늘어놓은 '벅수관', 여성들이 수복강녕을 염원하면서 정성스럽게 만든 자수를 조명하는 '자수관'이 있다.
동자관 앞에는 작은 별실에서 불상을 마주한 채 고백할 수 있는 공간인 '돌과의 대화'가 있고, 동자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원을 적을 수 있는 '소원 빌기' 코너도 있다.
특별전을 위한 기획전시관은 3층에 넓게 마련돼 있다. 개관을 기념해 진행되는 '추상.구상.사이'전에서는 김창열, 김환기, 유영국, 이우환 등 근현대 미술의 부흥기를 이끈 화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옛돌박물관은 건물 외부에도 볼거리가 많다.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동자상과 불상, 석탑, 승탑, 기우제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삼국시대 석탑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조선시대 석물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다"면서 "우리옛돌박물관은 우리 돌조각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밝혔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우리옛돌박물관은 길상사와 심우장, 간송미술관이 있는 성북동 역사문화지구의 심장이 될 것"이라며 "성북동에서 옛사람들의 향취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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