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수십 점의 옛 돌조각이 서있는 모습에 스르르 마음이 평온해진다.
북악산과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인 성북동에 한국의 돌 문화를 보여주는 우리옛돌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천신일 세중 회장(72·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여년에 걸쳐 수집한 석조유물, 전통자수, 근현대 한국회화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공간이다.
1만9834㎡(약 6000평)에 달하는 대지에 일본에서 환수해온 문인석 47점과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옛 돌조각 1242점, 자수 300점, 현대회화 80점을 전시한다.
우리옛돌박물관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야외전시관(돌의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은 마을 지킴이, 능묘 지킴이의 역할을 지닌 우리 옛 돌조각을 전시해 선인들의 수복강녕을 향한 염원을 전한다.
자수관은 자수베개, 보자기, 주머니, 바느질용구 등 전통 자수품을 통해 한국여인의 삶을 조명한다. 가족의 수복강녕을 기원하며 자수품에 다양한 문양을 수놓은 옛 여인들의 정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천 이사장은 “우리 옛 돌조각의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매료돼 국내외로 흩어진 한국 석조유물을 수집해온지 벌써 40년이 흘렀다”며 “산, 바람, 1000개의 돌, 1000개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곳, 우리옛돌박물관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삼국시대 석탑 등은 예술성이나 그 역사성이 알려져왔으나 조선시대 무덤 앞에 있던 돌사람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고 짚은 뒤 “문화재에 남겨져 있는 시대정신은 인류의 문화를 이끄는 자원이고, 우리는 전통의 역사를 새롭게 탐색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며 개관을 반겼다.
전시장 로비에 있는 여인상이나 금강역사, 석등 등 대다수의 전시품은 어느 시대 산물인지 정확한 정보가 없다.
천미전 학예실장은 “관련 연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인상이라고 이름 붙인 돌사람도 머리모양이나 복식양식을 보면 고려시대로 추정되나 정확하지는 않다. 이 때문에 누구든지 와서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열린 박물관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옛 돌조각을 사찰 장식이나 묘제석물로만 여기던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철학과 지혜를 현재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중점을 뒀다. 무병장수의 길 등 수복강녕과 길상의 기원을 담았다”고 박물관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한편 개관특별전으로 기획전시관에 ‘추상, 구상, 사이’를 마련했다. 김종학, 김창열, 김환기, 남관, 변종하, 유영국, 이대원, 이우환 등 광복 이후 한국 근현대 미술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작고 작가와 생존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